“펜 태블릿으로 ‘꿈’을 그려요”
벚꽃이 만개한 2012년 봄, 서울 잠실 석촌호수 놀이마당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지적 장애인사생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여러 지적 장애인 친구들이 도화지와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뽐내며 아름다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서울 지적 장애인 사생대회는 올해로 26회를 맞이했으며, 컴퓨터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컴퓨터화 부분 사생대회도 올해로 벌써 6회째 진행됐다. 특히 올해에는 컴퓨터능력향상과 함께 다양한 디지털문화 경험을 위해 펜 태블릿을 활용한 컴퓨터화 사생대회도 처음으로 시도돼 눈길을 끌었다. 도화지와 컴퓨터에 열정을 담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순수하게 그려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봄날의 벚꽃처럼 싱그러웠다.
펜 태블릿 활용한 그림 그리기, 올해 첫 시도
서울 지적 장애인 사생대회는 지적 장애인들이 그림을 통해 정서를 표현하고 그들의 예술적 능력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몇 해전부터 지적 장애인들의 컴퓨터 부문 활성화를 위해 펜과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도화지화뿐만 아니라, 노트북과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컴퓨터화 사생대회도 함께 진행되어 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적 장애인들의 다양한 디지털 문화 경험을 위해 펜 태블릿을 활용, 그림을 그리는 등 보다 다양한 화법과 체계화된 컴퓨터 활용법도 처음 시도됐다.이 같은 펜 태블릿 그림의 색다른 시도는 많은 지적 장애아들이 컴퓨터와 친숙함을 기반으로 한 펜 태블릿을 이용해 다양한 그림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공감에서 출발했다.
처음 펜 태블릿 컴퓨터화 사생대회에 도전한 김성민(가명, 16세) 학생은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니 나무와 꽃들을 더욱 예쁘게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양한 색깔을 이용해 그림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서울 시립 지적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정보화 교육센터를 통해 다양한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 자격증 취득 등 정보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오전(성인반)에는 주로 윈도우와 인터넷 기초 수업, 오후(학생대상)에는 UCC제작, e스포츠, ITQ 및 워드 프로세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이 진행된다.
특히 이번 서울 지적 장애인 사생대회 컴퓨터화 부분에 참가한 일부 지적 장애아들은 이번 대회를 위해 복지관에서 별도의 펜 태블릿 드로잉 교육을 받았다. 서울 시립 지적 장애인복지관은 정보화 교육센터 내 와콤의 뱀부 펜 태블릿 25대를 전면 도입, 지난 약 2개월간 개별반과 훈련반 등 2개의 반을 별도로 구성해 교육을 실시했다. 드로잉 교육은 이번 디지털 사생대회를 위해 한시적으로 진행됐으나, 향후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느끼는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방학특강 등 별도의 커리큘럼을 마련해가고 싶다고 복지관측은 전했다.
와콤의 보급형 태블릿인 뱀부 시리즈는 펜 태블릿에 멀티 터치와 무선 능력이 더해져 장애아들이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소파와 같이 PC와 떨어진 장소에서도 자유롭게 필기나 드로잉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더욱 정교해진 펜으로 종이에 직접 쓰는 듯한 느낌을 줘 컴퓨터 사용에 재미를 느끼게 해주며, 미끄럼을 방지하는 고무타입으로 돼 있어 사용자에게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송영일 서울 시립 지적 장애인복지관 직업 재활팀 정보화 교사는 “처음 마우스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펜 태블릿 교육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드로잉 교육이 다양한 툴을 활용해 복잡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펜 태블릿 활용법과 도형 그리기, 색칠하기 등 기초를 다지는 학습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도 서서히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풍부한 창의력 북돋우는 펜 태블릿
대게 사회가 규정하는 지적 장애의 특성은 지적 기능과 사회적, 실제적 적응이 행동 영역에서 유의미한 제한성을 가진 장애로 특징 지워진다. 그러나 지적 장애아 및 자폐아의 경우, 그림 등 한 분야에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졌을 때 비 장애인보다 더욱 섬세하고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 교육 효과가 더욱 크다.
송영일 교사는 “펜 태블릿 사용은 아이들에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마우스에 익숙한 친구들이 펜 태블릿 활용 자체가 낯설고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그림에 소질이 있는 자폐아들의 경우 체계화된 커리큘럼에서 교육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사는 또 “이번 대회에서 펜 태블릿이 그림을 그리는 일종의 ‘도구’가 아니라, 지적 장애인들의 풍부한 정서를 잘 표현하고 그들의 예술적 능력을 육성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