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com everywhere] "‘족구왕’, ‘스물’ 영화와 웹툰의 협업, 제 코드를 담은 즐거운 작업이었죠" 웹툰 작가 백봉
코미디 장르 좋아하는 분들 중에 영화 <족구왕>을 최애 작품으로 꼽는 분들 참 많을 텐데요.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 지금껏 회자되는 <족구왕> 작품이 개봉하던 당시, 영화 홍보를 위해 제작한 웹툰 역시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가 됐습니다. 족구왕 웹툰이 영화의 사차원 개그를 충실히 묘사하면서도 진중한 메시지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공감을 얻었었죠. ‘Wacom Everywhere’의 스물 네번째 주인공 백봉 작가는 <족구왕>의 홍보 웹툰에 이어 영화 <스물>에서도 본인의 웹툰 작품을 노출시키며, 대중들에게 ‘백봉 스타일의 웹툰’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각인 시켰습니다. 또한, <노점묵시록>, <백봉평전> 등의 웹툰을 선보이며 코미디를 연출하는 뛰어난 감각과 격조 높은 풍자를 담은 ‘패러디의 귀재’로 많은 매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코미디를 즐길 줄 아는 와콤 유저부터 백봉 작가를 사랑하는 팬 모두 오늘 작가의 인터뷰를 주목해 주세요. 와콤과의 히스토리부터 작품 이야기, 작가로서 속시원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 모두 인터뷰에 담았습니다.
‘Wacom everywhere’의 스물 네 번째 주인공 백봉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반갑습니다! 일상적인 부분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슴슴한 코미디로 풀어내는 만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와콤 ‘인튜어스 3’으로 알게 된 디지털 작업의 맛
제가 지금은 없어진 아날로그 도제 시스템에서 만화를 배운 마지막 세대라, 2011년 연재한 데뷔작에서 디지털 작업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바탕 채색 정도였죠. 사실 손맛나는 펜선은 타블렛으로 구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작품을 연재하면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와콤 타블렛만의 장점을 알게 되면서 100%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했고요. 그 맛을 알게 해준 친구가 저의 첫 와콤 펜 타블렛 인튜어스3 입니다.
‘신티크 22’로 표현해 내는 미세한 묘사
저는 채색, 이펙트 등의 효과보다는 오로지 ‘선’에 집중했습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뷔작을 끝내고 와콤 신티크 22로 기변을 했죠. 요즘 야구만화를 작업하고 있는데, 스포츠 장르는 역동성의 표현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와콤 신티크의 펜촉 종류에 따른 기능들, 필압의 조정으로 과감한 터치부터 미세한 묘사까지 의도한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작품 <개다리스윙>으로 수상한 2023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대상
누구에게나 한 번쯤 오는 시기가 있죠. 뭘 해도 안 되는,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무너지는 그런 시기 말입니다. 그게 저에게는 2016~2017년 그 즈음이었네요. 그래서 모든 것을 접고 전혀 다른 직종의 일들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손끝이 슬슬 근질근질해져서 묵혀 놨던 아이템으로 오랜만에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그때가 마침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접수 시즌이었죠.
한국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공모전에서 입상이 안되면 미련없이 뜨는 걸로 제 작가로서의 명운을 걸어봤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 ‘개다리스윙’이란 작품으로 수상하게 되었고, 지금은 하루 중 대부분을 와콤 신티크를 마주보며 야구만화와 개다리스윙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다리스윙’이란 만화는 처음엔 슴슴하지만 뒷맛은 매콤하게 아려 오는 코미디만화구요, 독자분들께 빨리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백봉이 작품을 기획하는 방법
제가 만들었던 모든 작품은 ‘현재의 일상’에 기초합니다. 우리가 건조하게 알고만있는, 무심히 지나치는 사회의 한 꼭지 보통의 일상에는 어떤 직종, 어느 분야든 종사하는 그들만의 심오한 세계가 있거든요. 보편적인 바탕에서 뻗어 나가는 말도 안되지만 그럴듯한 코미디, 그 부분을 활극으로 구성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노점묵시록’은 흔한 길거리 떡볶이 노점 이야기로 시작하죠. 그후 전개를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실재했던 ‘노점탄압’의 시점까지 거슬러가면서 작중 노점의 세계관을 재정립하고, 구성을 현재 시점으로 다시 이어오면 그때부터는 ‘거리의 평범한 노점’이 사실은 무림과 같은 ‘협’의 질서가 있는 세계로 꾸며지는 거죠.
작품 <산송장>으로 웹툰 작가 데뷔
20대 초반 설렁설렁 시간 때우던 시절에 불현듯 ‘내가 그림은 곧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만화, 웹툰이나 제대로 한번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본가락은 배워야겠다 싶어서 어느 화실에 들어갔죠. 그때가 제 만화 여정의 시작점이었네요.
그곳에서 연출, 구성, 설정, 대사의 축약 등 심지어 의자에 앉는 방법, 펜 쥐는 법까지 처음부터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렇게 3년을 배운 후, 독립해서 운 좋게 바로 웹툰 ’산송장’으로 데뷔했습니다. 되돌아보니 다른 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제가 그리는 만화는 스케일이 거창하더라도 결국은 소시민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인물 작화도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극화체의 캐릭터들이죠. 이런 주제를 이야기하다 보니 지금의 그림체가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지금의 그림체로 그리다 보니 이런 주제들을 다루게 됐는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영화X웹툰 협업
코미디 장르에도 ‘결’이란 것이 있잖아요. 분야는 다르지만 좋아하고 추구하는 결이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스물’측에서 의뢰 받았을 때는 몹시 흥분했었는데요. 제가 ‘힘내세요.병헌씨’란 영화를 재밌게 봤었는데 그 감독님 차기작이었거든요. 역시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 했던가요... 사실 제 작업 단가가 저렴하기도 했습니다. 족구왕은 개봉 전 미리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톤의 코미디였거든요. 그리고 너무 마이너하고 매니악해서 이게 상업영화로 개봉이 가능한가 싶어서 놀랐죠.
당시 작업은 감독님들께서 제 코드와 감성을 믿고 재량껏 하라고 맡기셨습니다. 즐겁게 작업했고,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결과가 나쁘지 않았으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님과는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웹툰 연재와 협업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은?
현실적으로 부담감의 차이가 다른 것 같아요. 웹툰은 망해도 나 혼자 망하는 거지만, 협업 중 웹툰으로 뭔가 잘못될 경우엔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곤란을 겪는다는 거죠. 저야 운이 좋아서 재미, 결 이런 말 하면서 제약없이 작업했지만, 일반적인 협업은 철저하게 시스템에 맞춰서 작업하는, 규격 된 부품처럼 움직여야 되거든요.
영상광고 협업을 몇 번 했는데 그때 느낀 것은 요구사항이 보통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이런 느낌, 이런 감성으로, 좀 더 아방하게..’ 처럼 말이죠. 두루뭉술한 워딩에서 의뢰하는 분의 의도를 기민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서로 덜 피곤하기도 하구요.
백봉 작가가 말하는 웹툰 전망은?
일단 저처럼 트렌디 하지 않은, 작가의 개성이 다소 뚜렷한 작품은 콜라보 프로젝트는 물론, 연재처에서도 점점 배제가 될 겁니다. 최상위 1% 히트작들은 뭘 어떻게 하든 상관없겠지만, 그런 작품들을 차치하고 일반적으로 소소하게 히트 친 웹툰을 놓고 보자면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웹툰, 그리고 주변시장이 안전형으로 사업이 이뤄지더라구요. 좋게 보면 규격, 도량화해서 메가 히트는 못내더라도 고만고만하게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고, 다르게 보면 몰개성화랄까요. 낭만이 사라져서라기보다는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도전, 모험적인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 어떤 작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 합니다. 또 기다려주지 않죠. 물론 비즈니스니까 절대 나쁘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유행하는 스토리 라인에 익숙한 양산형 작화, 스튜디오에서 빠르게 제작되어 유통되는 웹툰들이 지금도 상위 랭크지만 곧 모든 플랫폼의 메인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저도 은근슬쩍 그 시스템에 한 발 들여놓으려고요.
오랜 작가 생활의 원동력, ‘좋은 사람들과의 농담’
시간상으로 보면 꽤 된 것 같은데, 제가 단편위주로 작업하다 보니 꾸준했다고는 볼 수 없겠네요. 발표된 각 작품들의 모든 회차를 더해봐도 200회차가 되지 않는군요! 그래서 말씀드리기 민망합니다만,, 제 작가활동의 원동력은 주변 좋은 사람들과의 ‘시시껄렁한 농담’입니다. 거기에서 거의 모든 소스를 얻죠. 운 좋게도 주위에 굉장한 재담꾼들이 다수 있어서 제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제 만화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를 '일부러 찾아보시는' 독자분들께는 '어느 순간의 무언가'로 희미하게 나마 기억될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분야 올타임 고전이라 예시로 들기가 황송합니다만, 고병규 작가님의 -2000년대 이후 한국 코미디 서사만화의 구조를 확립 시킨 '출동! 먹통X' 처럼요.
창작 친구, 와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머릿속의 막연한 이미지를 눈 앞에 실재할 수 있게 하는 최고의 방법, 바로 와콤을 사용하는 겁니다. 제가 활동하는 시대에 ‘와콤’이라는 친구가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40년을 넘어 앞으로도 꾸준히 탄생할 창작자들의 좋은 벗이 되길 바랍니다. 40주년 축하 드립니다!
*’Wacom everywhere’는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본인만의 와콤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Wacom everywhere 지원하기를 통해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