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를 모았던 '풀
하우스' '매리는 외박 중' 드라마의 원작자는 만화가 원수연이다. 이 작품들의 섬세한 그림과 이야기는 1990년대 소녀들의 감수성을
파고 들었고, 2000년대에는 드라마로도 재구성되며 K컬처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원수연 작가의 작품이 시대를 넘나들며 사랑 받는 이유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특유의 감성이 전하는 감동 때문이다. 그가 작품 활동에 있어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순정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을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부분이다.
모든 작업 환경이 디지털화
되는 추세에도, 원 작가가 여전히 종이와 잉크 펜으로 수작업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원 작가는 오는 7월 선보일 차기 작품을 통해 특별한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순정 장르에서 벗어나 신인 아이돌 밴드를 주제로 한 코믹 만화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신작은 흑백 작업에서 컬러로 변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보는 재미를 강조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정만화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을 잘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고수한 것">
Intuos5, 속눈썹•머리카락 터치 등 순정 특유의 ‘섬세함’ 전달
원 작가는 만화를 그리는데 있어 아직까지 직접
종이 위에 스케치를 하고 스크린톤 필름을 붙이는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순정만화의 경우 SF, 코믹, 생활만화보다 더욱 섬세하고 특유의 감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작업을 토대로 한 후 디지털 작업으로 보완하고 있다.
7~8월경 웹으로 전 과정을 디지털 작업화해 신작을 선보이는 원 작가는 와콤의 신제품인
Intuos5를 직접 써 보며 가능성을 점쳤다. 현재는 스케치는 수작업으로 하고, 스캔 후 보정단계에서 주로 Intuos5를 사용하고 있지만 차기
작품 주제가 신인 아이돌 밴드를 주제로 한 만화인 만큼 컬러감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 디지털 작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순정만화는 타
만화와 화법이 다르기 때문에 섬세한 펜 터치가 중요한데 Intuos5는 필압감이 뛰어나 속눈썹, 머리카락 등 섬세한 터치가 가능했다”며 “작가들은 지금까지 그림을 그렸던 구력이 있기 때문에 기계 적응에 있어서도
초보자들보다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만화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연출, 컷
구성, 각도, 그림위치 등 총체적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배경이나 그림의 각도가 잘못되더라도 수정을 번복해야 하는데 디지털 작업을 통해 수정과정도 보다 간편해질
것으로 원 작가는 기대하고 있다.
<“순정만화는 타 만화와 화법이 다르기 때문에 섬세한 펜 터치가 중요한데 Intuos5는 필압감이 뛰어나 속눈썹, 머리카락 등 섬세한 터치가 가능”>
다변화된 만화 생태계, 창작인 이라면 변화 수용해야
웹 환경 발달과 만화제작의
디지털화가 만화를 접하는 통로를 다변화하고 구조적인 생태계를 변화시켰지만,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화의 디지털화는 누구나 만화를 접하고 제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으나, 필력을
인정받게 하는 ‘만화가 공증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했다. 창작의 과정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다양한
코드의 작품들이 쏟아지지만, 밀도 있는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검증된 작품’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수연 작가는 “디지털이
만능이 될 수는 없지만 디지털의 수혜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다”며 “창작인 이라면 지금의 변화를 수용하고 흐름에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정 만화의 경우, 일반 극화 만화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섬세함과 감성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순정에 최적화된 웹 플랫폼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원수연 작가의 배우자이자 실업 만화 1세대, 서사웹툰의 새장을 쓴 강도하 작가는 지난 ‘위대한 캣츠비’ 작품 발표 이후 줄곧 와콤의 액정 태블릿 'Cintiq'를 사용해 만화를 그리고 있다. 강 작가 역시 “제가
만화 드로잉에 액정 태블릿을 쓰기 시작한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Cintiq24HD를 쓰고 있지만, Cintiq 초기 모델부터 사용해
왔고, 수정 작업 및 자동화 등 디지털 작업의 장점을 체감한다”면서도 “아무리 디지털 작업이라 할지라도
섬세한 만화 제작 과정은 끊임없는 확대와 축소가 반복되는 엄청난 노동”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작은 흑백 작업에서 컬러로 변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보는 재미를 강조한 작품이 될 것">
창작물, 독자와의 소통이 기본
원수연 작가는 작품
활동에서 독자와의 소통, 교감을 매우 중요시한다. 독자와의
상호소통은 향후 작품을 준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필수라는 생각이다. 특히
독자의 의견을 배제한 창작물은 본인의 카타르시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작품 철학이다. 원 작가는
“만화의 르네상스시대라 일컬었던 90년대에도 독자 반응을 살필 수 있는 방법은 독자엽서와 팬레터가 전부였고
반응을 알기까지도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며 “지금은 작품을 선보이는 즉시 바로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종 꿈은 ‘타인에 대한 공감’ 다룬 작품
원수연 작가를 흥행작가 대열에 오르게 해준 대표 작품은 ‘풀 하우스’ ‘매리는 외박 중’ 등 대부분 순정만화다. 그러나 원 작가는 은퇴 전 최종 꿈이 될 작품이 순정의 매력을 극대화한 만화보다는 일상을 다룬, 타인에 대한 공감, 믿음, 이해를
다룬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화는 글과 그림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지만 절대적인
생명력은 재미”라며 “특히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공감하고 예상치 못한 감동까지 받는다면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퇴 전에는 순정만화가 아닌, 일상 적이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 믿음, 이해를 다룬 작품을 꼭 한 번 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