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짧고 예술은 길다”
애니메이션의 내일을 고민하는 창작 집단, 스튜디오 쉘터
불현듯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 아이디어에 기승전결의 맥락과 러닝타임,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뼈와 살을 붙이다 보면 열에 아홉은 애먼 산으로 가다 실종된다. 이렇게 피다 만 무수한 창의력들은 국력 또는 ‘지구’력 낭비라는 생각을 한 집단이 있었다. 스튜디오 쉘터 멤버들은 10초짜리 애니메이션을 공모해 대중들과 호흡해 보기로 한다.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탄생,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아니 아이디어는 짧아도 되고 예술은 길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쉘터 스튜디오는 지난 7월 2번째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열었다. 스튜디오 쉘터는 작가들에게는 긴 작업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편하게 선보이는 장을 마련하고 관객들에게는 지루할 새 없는 작품들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예술작품을 보며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갖도록 하고 싶었다.
참가 자격은 무한대, 단 출품작과 작가는 세 가지 금지 사항과 세 가지 권고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고민 금지, 오바 금지, 과열 금지와 반칙 권장, 숙면 권장, 실험 권장이다. 상도 관객들이 직접 만들어 오는 형태로 진행되며 다채롭다. 골든핑거상(가장 손이 적게 간 작품에 핸드크림을 수여), 후루꾸상(의도치 않게 반응이 좋은 작품에 로또 복권 증정), 십초명상(십초동안 명상하는 기분을 자아낸 작품에 목탁 전달), 스미마상(조느라 못 본 작품에 커피 한 캔 제공)이다.
“상품도 관객들이 직접 가져와 가장 적합한 작품에게 수여하도록 해요. 개최 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오해(!)도 있지만 관객들이 수여자가 되니, 더욱 작품들에 애정을 가져요. 정해진 상은 네 가지지만 이 외에도 ‘울상’(보는 내내 서러웠음)을 지정해 손수건을 제공하기도 하고, 악상(흔드는 타악기)을 주기도 했죠.”
이번 페스티벌은 300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해 공간이 모자라서 고민이 많았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스튜디오 쉘터는 10초 애니 페스티벌을 총괄하는 것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제작한 뮤직비디오 ‘플레이’로 오스트리아의 아르스일렉트로니카에서 본선 작품으로 선정되었으며, 올해는 런던 인터내셔널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된 실력파 집단이다.
와콤 태블릿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은 물론 게임, 작곡까지!
쉘터 스튜디오 감독들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작업 단계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뉜다. 기획을 하고 콘티를 짜고 대략적으로 구사 된 그림 위에 사운드 소스를 입으로 읊으며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며 애니메이션 동작들을 한 땀 한 땀 다듬는다.
쉘터 감독들은 방대하고 정교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업이 소규모 또는 1인으로도 가능토록 만든 일등 공신은 와콤 태블릿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작업을 할 때보다 작업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인 것은 물론, 컴퓨터 작업의 번거로운 시행착오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한편, 스튜디오 쉘터 감독들은 애니메이션 작업 외에도 다른 용도로도 와콤 태블릿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와콤 태블릿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그 이상이에요. 아니, 그 외의 용도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도 많아요.”
애니메이션 내 음향을 직접 제작 연출하는 박태준 감독은 와콤 태블릿으로 사운드를 만든다. 사운드 작업 할 때 조그셔틀을 사용하는 것을 타블렛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것이다. 마우스나 조그셔틀로 한계가 있는 지점까지 타블렛 펜을 쥐고 지휘하듯이 마음 속에 담아둔 감정을 구사하면 더욱 섬세한 음향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을 사운드 소리 크기 등을 조절 할 때 타블렛으로 한다. 그 외에도 이성환 감독은 휴식시간에도 태블릿을 사용한다. 카드게임이나 웹 게임을 할 때 태블릿으로 즐긴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와콤 태블릿의 단점은 뭐가 있을까. 물었더니 딱 하나 있다며 말을 이었다.
“제품 수명이 너무 오래 가요. 좀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의 내일을 고민하는 집단”
스튜디오 쉘터는 올해 매시즘과 함께하는 60초 애니 작업과 똥자루 무용단과 함께 인터랙티브 영상이 가미된 무용 공연을 준비 중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종료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애니메이션 양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거에요. 많은 분들에게 만화 영화, 저급한 영화 외에 다양성을 많이 표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이 예술이 되기까지 선배들이 많은 고민을 했듯 저희도 더 폭넓고 다양한 방향으로 노력해서 애니메이션이 더 대중적이고 더 예술적인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