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스튜디오 피보테’와 와콤의 만남
[와콤X크리에이터] 스튜디오 피보테 이진우 감독 인터뷰 (Feat. 신티크22, 신티크16)
K-pop과 K-웹툰을 필두로 K-콘텐츠가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지금. K-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다양한 특색을 담은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게시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핫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고 소개해도 과언이 아닌 스튜디오 피보테를 와콤이 만나고 왔습니다.
스튜디오 피보테는 2D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뮤직비디오, 광고 등 다양한 영상 및 아트웍 창작물을 제작해 온 스튜디오 피보테는 다양한 K-pop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고, 최근에는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춘식이의 이야기를 담은 ‘도도도 춘식이’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입니다.
꽤나 독특한 스튜디오 네이밍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셨을 텐데요. ‘피보테’는 스페인어로 축구에서의 중앙 미드필터를 뜻하는데, 독특한 스페인어 발음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에서 ‘중심점’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서 해당 단어와 의미를 함께 채택했다고 해요. 그 의미를 따라가는 듯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중심점이 되어가는 스튜디오 피보테가 궁금하셨던 분들은 스튜디오 피보테의 이진우 감독님과 함께한 오늘의 콘텐츠를 주목해 주세요.
와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및 스튜디오 피보테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스튜디오 피보테 이진우 감독(이하 이진우 감독) : 안녕하세요, 부티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지향하는 ‘스튜디오 피보테’의 감독 겸 공동대표 이진우입니다. 스튜디오 피보테는 올해 11년이 된 스튜디오고요, 저는 주로 전반적인 영상물 기획,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스튜디오의 대표 작품으로는 피제이의 ‘Na B Ya(나비야)’를 비롯해 아이유 ‘에잇’, 방탄소년단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영화 ‘히트맨’, 애니메이션 ‘도도도 춘식이’ 등이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작업물을 소개할 때면 작업 규모 때문인지 인원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스튜디오 피보테는 지난달에 3명이 더 추가되면서 이제야 11명이 된 소규모 스튜디오랍니다. 주로 클라이언트 작업물을 해오고 있지만, 자체 시즈널 프로젝트와 최근 작업에 들어간 단편 애니메이션 등 스튜디오 피보테만의 자체 IP 개발도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와콤 : 스튜디오 피보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진우 감독 : 스튜디오 피보테를 차리기 전에는 광고회사에 다녔는데, 회사에 계속 다닌다면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회사를 관두고 친구들이랑 작은 워크샵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마음이 맞아서 스튜디오 피보테를 차리고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와콤 : 최근 이사를 마치셨다고 들었어요. 스튜디오 피보테의 영감 가득한 작업이 탄생하는 이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이진우 감독 : 이 스튜디오는 작년 11월에 이사를 마친 따끈따끈한 새 사무실입니다. 작업 공간은 물론이고, 작업하다가 쉴 수 있는 휴식 공간과 탕비실, 그리고 회의실이 있어요. 제가 원목 가구나 디자인을 좋아해서 우드 느낌의 인테리어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와콤 : 스튜디오 피보테에서는 신티크 22와 신티크 16으로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와콤 타블렛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 타블렛을 활용한 작업 분야가 궁금해요.
이진우 감독 : 피보테의 모든 멤버들은 와콤 타블렛을 사용하고 있는데, 와콤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연 작업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그라파이어, 뱀부 시절부터 쭉 와콤 타블렛을 사용했기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높았죠. 신티크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의 작업 속도 차이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애니메이션이나 배경 작업, 캐릭터, 컨셉 아트 등 전반적인 작업 과정에서 신티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기기’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신티크의 가장 큰 특징은 섬세한 필압과 실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사용감입니다. 다른 제품의 경우 액정과 펜 사이 유격이 심하게 느껴졌는데, 신티크는 아니거든요.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던 시기에 원격으로 작업을 하면서 맥북과 아이패드 조합을 잠시 사용했는데, 와콤 특유의 텍스처 느낌이나 유격 등이 더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익스프레스키(ExpressKey) 리모컨도 자주 사용하는데, 리모컨을 쓰면 키보드 없이도 빠른 작업이 가능해서 작업 동선을 간소화하고 속도를 높이기에 좋습니다.
와콤 :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스튜디오 피보테. 특히 글로벌 K-pop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뮤직비디오 특화 스튜디오라는 명성도 얻게 되었는데요, 스튜디오 피보테가 제작한 뮤직비디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이나 특징이 있나요?
이진우 감독 : 아티스트와 음악마다 특징이 다르고, 저마다 니즈가 다양해서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요소는 딱히 없지만,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음악과의 접점입니다. K-pop 특성 상 한 가지 흐름보다는 여러 장르가 통합된 곡이 많아 보니, 순간순간 빠르게 바뀌는 음악에 맞추어 영상에 트랜지션을 넣는 것에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에는 서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와콤 : 디지털로 작업하면서도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은 신선한 스튜디오’라는 스튜디오 피보테의 지향점이 흥미롭습니다. 피보테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물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고 있나요?
이진우 감독 : 신티크 등의 최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작업 프로세스는 항상 지키려고 하는 편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작업자들의 방식을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저희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이해해야만 더 좋은 디지털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화해야 하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한 채로 쉽고 효율적인 디지털 표현만 익히는 경우가 많아요. 정작 중요한 걸 덜어내면서 효율만 추구하게 되면, 감동이 없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저희는 기본기를 매우 중시하는데요. 종이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은 디지털 환경의 도움을 받아서 신티크로도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신티크를 쓴다고 해서 갑자기 못 그리던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소위 ‘겉멋’이 든 것을 지양하고, 아날로그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기도 스튜디오 피보테가 추구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일부이지 않을까 싶네요.
와콤 : 최근에는 카카오 유명 캐릭터 춘식이를 주인공으로 한 ‘도도도 춘식이’를 제작했습니다. 이모티콘이나 3D 캐릭터로 유명한 춘식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스튜디오 피보테가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이진우 감독 : 춘식이는 카카오 캐릭터이기 때문에, 기존 세계관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피보테만의 색을 얹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카카오에서 던져준 직소 퍼즐을 피보테의 방식으로 잘 끼워 맞추어서, 멋지게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스토리텔링이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저희가 선호하는 것을 많이 넣습니다. 캐릭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시놉시스를 잘 풀어나가면서 배경과 액팅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썼고,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음악에도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카카오에서도 자유도를 보장해 주셨기 때문에 저희의 톤 앤 매너를 섞어서 잘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도도도 춘식이’는 춘식이가 모험 끝에 라이언의 가족이 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한창 작업하던 시기에 새끼 길고양이를 입양 보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비가 많이 오던 날, 이전 스튜디오 자리에 새끼 고양이가 한 마리 찾아왔는데 지금은 좋은 가족을 만나서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와콤 : ‘도도도 춘식이’ 공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감상평이 있으셨다고요.
이진우 감독 : 한국적인 배경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는 피드백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춘식이가 한국 캐릭터이다 보니, 전통시장이나 해안가 등 한국적인 요소를 담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한국 어딘가에서 한 번쯤 볼 수 있을 법한 배경을 설정했는데, 이전에는 생각보다 이런 표현이 많이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피보테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크레딧을 보니 정말 피보테였네요’ 라는 댓글을 비롯해 스튜디오 피보테의 특색이 잘 담겨있다는 평가도 들었어요. 그외에도 웃기는 것을 겨냥한 부분에서 웃어 주시는 등 전반적으로 저희가 의도한 감정선을 잘 따라가는 분들이 많아서 뿌듯했습니다.
와콤 : 스튜디오 피보테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소개해주실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이진우 감독 : 예전에 작업했던 몽실이 <나의 이름은>를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 피규어와 음반이 기억에 남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만 남기지 않고, 입체화하거나 다른 2차 저작물로 확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 작품이 3D 모델링으로 실체화되는 것을 좋아하고, 기회가 되면 피규어로도 꼭 만들어보곤 합니다. 자체 IP를 제작하게 되면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할 것 같습니다.
LP 음반 같은 경우에는 영상물에서 음악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든 ip나 영상물에 들어가는 음악을 모아서 앨범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음악만 모아서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게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와콤 : 스튜디오 피보테의 다음 챕터는 어디로 가게 될지 궁금해요.
이진우 감독 :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다양한 커머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시리즈물도 제작하고 있고, 게임과 관련된 영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곳이 많아져서 자유를 보장해 주신 덕분에 스튜디오 피보테만의 생각을 담아 재미있게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피보테의 자체 IP인 ‘피보테 유니버스’ 같은 경우, 항상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이번에 좋은 기회로 제작 지원을 받게 돼서 내후년이면 완성될 것 같습니다. 그외에도 관심 있는 피규어나 음반 작업도 고려 중이고요.
와콤 : 스튜디오 피보테의 멤버가 되고 싶은 분들이나 애니메이션 업계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이진우 감독 : 저희는 ‘서로 좋은 작업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선호합니다. 팀을 만들면서도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서포터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거든요.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추구하고, 작품의 일부만을 맡는 파트원보다는 동료로서 서로 의견을 꾸준히 주고받으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을 좋아해요.
능력 있는 지원자들을 비롯해 정말 많은 분들이 저희 스튜디오 피보테에 관심을 보여주고 계세요. 사람을 더 많이 뽑으면 좋겠지만, 아직 충분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더욱 성공해서 좋은 작업자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티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스튜디오 피보테의 이진우 감독님과 함께한 이번 인터뷰는 여기서 끝이지만 앞으로 피보테가 나아가는 길은 끝없이 펼쳐질 예정이에요. 그 길을 와콤이 아주 가까이에서 응원하겠습니다.
▶ 스튜디오 피보테 공식 사이트
- 홈페이지 : http://studiopivote.com/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tudiopivote/
- 트위터 : https://twitter.com/StudioPiv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