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그림을 그리든지 ‘아, 이거 김양수 그림이다’라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것. 만화가로서 굉장한 복이죠. 만화가를 꿈꾸는 친구들도 그런 자기만의 그림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어릴 적부터 매우 진지하게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는 김양수 작가는 만화를 그리려고 한 그 순간부터 남의 그림을 따라 그리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진지한 자세로 닌자랑 외계인이랑 해적이 나오는 명랑 SF만화를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구성해 만화를 완성시켰다. 그런 열정이 잊혀지지 않고 남아 조금은 돌아오긴 했지만 김양수 작가는 현재 전업 만화가로서 현재 왕성한 활동 중이다.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기회들이 생겨
네이버 웹툰에 <생활의 참견>을 지난 2008년부터 연재 중이고, 조선일보에 <음악의 재발견>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월간 페이퍼 웹진이나 기업 웹진에도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김양수 작가는 좋아하는 만화를 그려서 돈을 벌고, 취미로 관심을 가졌던 음악을 풀어 놓음으로써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럼으로 해서 전업 만화가로서의 삶이 김양수 작가는 만족스럽다. 비록 대학 캠퍼스나 길거리를 자유롭게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 독자와 혹은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들에 익숙해 지느라 진땀을 빼고 있지만, 만화가 원작인 영화 ‘이끼’의 성공처럼 후배 만화가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만화 시장을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행복하다.
신티크21UX 쓴 뒤 작업 속도 4배 빨라져
현재 100%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는 김양수 작가는 2004년 와콤 인튜어스3를 시작으로 태블릿
“액정 태블릿, 3개월이면 본전 뽑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액정 태블릿 신티크 구매를 두고 고민하는 친구들한테 자신 있게 얘기해요. 비록 고가의 제품이지만, 신티크 쓰면 반년 안에 혹은 3개월 안에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는 거죠. 물론 수작업 오래 하셨던 분들이나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는 만화가님들은 오히려 액정 태블릿을 어려워하시지만, 제 경우에는 신티크 덕을 많이 봤습니다.” 그는 만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이용해 만화를 그린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해서 만화가 탄생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더러 있을 거에요. 수작업을 해서 스캔을 하고, 마우스로 색을 입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지금과 같은 펜 태블릿으로 만화 작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것. “태블릿이 없었다면요? 물론 만화를 그리긴 했겠지만, 아마 지금의 작업량을 따라갈 수 없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개미핥기를 그려야 한다고 했을 때, 디지털로 작업하는 지금은 인터넷으로 개미핥기를 찾아서 사진을 보면서 따라서 바로 그릴 수도 있고, 색도 따다 쓸 수도 있잖아요. 라면 봉지 같이 디테일한 컷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빨리 잘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액정 태블릿, 디지털 만화 제작 환경의 가장 큰 혜택이죠.”
“만화는 ‘미술’이 아니에요. 100% 스토리죠”
그는 기자 출신 만화가라서 그런지 작업 과정에서 텍스트가 우선한다. 한 회를 만든다고 했을 때, 먼저 모든 컷에 대해서 희곡 극본처럼 아예 대본으로 글을 써둔다. 지문과 대사와 효과 등을 미리 글로 완벽하게 작성한 후 몇 시간이 지나 다시 검토를 하고, 수정 및 업데이트 거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제가 생각하는 만화는 ‘미술’이 아니에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분명 만화가로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 라는 거죠. 만화는 100% 스토리에요. 그래서 직접 경험이던 간접 경험이던 경험을 많이 해 보고 스토리를 구성하고 만들어낼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는 만화를 배우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일본 만화나 잘 그려진 훌륭한 작품들을 모사하는 것에 대한 주의를 강조했다. “물론 그림 실력이 느는 데에는 모사 만큼 좋은 방법이 없지만, 결국 그것이 자기 자신만의 손맛이나 그림체를 완성시키는 데 방해가 돼요. 누가 봐도 ‘아, 이건 김양수 작가 그림이다’라고 알아준다는 것이 저한테는 작품활동에 있어서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웹 환경이 가져다 준 만화 시장의 ‘가능성’
이제 만화는 단순히 신문의 한 지면을 차지하는 끼워넣기 콘텐츠가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유입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융합 발전할 수 있는 원천 소스로 인정받고 있다. 나아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꿈을 키울 수 있는 여건도 적극 마련되고 있다. 여전히 값을 내고 만화를 본다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고, 출판 만화 시장의 쇠락 속도가 빨라지고는 있지만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만화와 웹툰 시장도 있기에 희망도 많다. “포털 사이트나 모바일 웹툰 서비스 등 지금의 웹툰 시장은 만화가들에게 충분히 유리한 시장인 것 같아요. 내용이 너무 좋고, 재밌는데 그림이 신문이나 잡지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웹 시장은 그걸 인정하고 높이 사주잖아요. 그런 작가들도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발전 인 것 같아요.”
많은 젊은 작가들이 우수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웹툰의 세계를 보면 김양수 작가는 가끔씩 놀라고 자극도 받는다. 그림과 스토리가 모두 우수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런 작품들에 열광하는 독자들의 반응도 함께 보면서 자신의 미래 작품도 함께 구상을 해본다. “어린 시절 얘기를 담아낸 4컷 만화를 해보고 싶어요. 또 평생 동안 연재할 수 있는 내 만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일주일에 한 편을 작업하고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그런 네임 밸류를 갖기 위해 만화가로서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