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트라우마> 하면, 곽백수 작가고, 곽백수 하면 <트라우마> 다. 독특한 본명 때문에 곽 작가의 <트라우마> 는 만화 좀 읽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코믹만화다. 스포츠 서울에 연재되면서 작품을 알리게 된 곽 작가는 이어 네이버와 노컷 뉴스, 현재는 야후에서 그 연재를 이어가며 <트라우마>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7년째다.
7년 연재에도 아이디어 고갈 없는 <트라우마>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허를 찌르는 유머와 은근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매력으로 <트라우마>는 장수 웹툰이 되었다. 전래동화나 고전, 신화부터 시사에 이르기까지 <트라우마>의 에피소드는 방대하다. 그러나 아직도 아이디어는 무궁 무진하고, 아이디어가 바닥이 날 것 같지는 않다는 곽 작가의 말에 안심이다. 언제나 한 달 치의 연재 분량을 저장해 두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곽 작가는 연재의 스트레스도, 아이디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 전업 만화가로서 가지고 있는 의무라 열심히 생각이 날 때까지 노력을 할 뿐이고, 이를 다함에 있어서 충분히 즐기는 모습이다.
신티크21UX로 100% 디지털 작업
그는 현재 모든 작품 활동을 100% 디지털 작업으로 하고 있고, 와콤의 신티크21UX와 함께한다. “96년 즈음에 처음으로 대만산 펜 태블릿을 사용하면서 태블릿과 인연을 맺었는데요. 당시 만화가들 중에서 태블릿을 쓰시는 분들이 아마 거의 없었을 것 같아요. 이후에 인튜어스3로 바꿔서 채색 작업을 할 때 썼었어요. 그러다 액정 태블릿으로 바꾸면서 100%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태블릿 기능이 있는 노트북으로 시작해 점차 화면을 키워가면서 액정 태블릿 종류를 모두 사용해 본 것이다.
초기의 <트라우마>는 연필로 그리고, 그걸 다시 덧그리고, 스캔해서 채색하고 하는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다. “지금 신티크21UX를 쓴 지 5년이 좀 넘는데요. 초창기 작업과 비교해 봤을 때, 작업 시간 면에서 단연 앞서죠. 보통 만화가들이 수작업을 하다가 액정 태블릿으로 전환할 때 적응기가 있기 마련인데, 저는 그림체가 디테일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전혀 어려움 없이 액정 태블릿을 사용했어요.” 화면에 직접 대고 그리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곽 작가는 곧바로 전환했다. “액정 태블릿이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수작업을 못 따라온다고 생각은 해요. 그렇지만 액정을 쓸 때에도 욕심을 내서 확대해 그리다 보면 수작업 못지 않게 훌륭한 퀄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아이디어 나오죠”
<트라우마> 한 회가 탄생하기에는 아이디어 작업을 제외하고 약 5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배경 작업을 도와주는 친구가 있고, 그 친구 작업까지 포함하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디어 작업에 쓰고 있죠.” 곽 작가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을까. “웹툰을 그리는 동료 작가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디어 회의를 가져요. 여러 가지 대화를 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검증 받고 하면서 에피소드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가지를 보고 하는 것들도 물론 잠재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무작정 앉아서 계속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시간이 많아요.” 가만히 앉아서 아이디어를 생각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곽 작가는 매우 담담하게 얘기한다. “3시간을 생각하고 앉아 있어도 하나도 안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짜내야 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계속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에어컨을 보면서 오늘은 저걸로 어떻게 에피소드를 만들 수 없을까를 생각해요. 에어컨에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거죠.”
완성 원고를 쓰는 것으로 연습해야
만화 시장이 출판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주체가 옮겨가면서 오히려 만화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툰이 주는 사회적 공감대와 삶의 활력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젊고 유능한 신진 작가들도 많아졌다. 곽 작가는 치열한 웹툰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으로 직접 원고를 쓰는 것을 강조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면 그림 연습에 바빠요. 그런데 그림 연습만 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서 하나의 완성된 원고를 만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재미가 있던, 없던 원고를 많이 써봐야 해요. 그게 만화가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연습을 하라는 곽 작가의 당부는 습작에 몰두하는 수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분명 좋은 가르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곽 작가의 <트라우마>는 현재 야후에서 연재 중이고, 신작은 삼성 모바일로 서비스되고 있다. 아이디어는 계속 나오고 있고, 페이스 조절에만 실패하지 않는다면 그는 연재의 끝은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건강도 회복되어서 작품 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작가는 향후에도 단편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지는 만화를 할 계획이다. “장편 만화를 하면 언젠가는 끝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에피소드 형식은 그렇지 않아요. 인기가 있으면 앞으로 10년도 더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는 짱구나 심슨과 같은 오래도록 사랑 받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백수라는 제 이름을 걸고 대표할 만한 그런 캐릭터를 창조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