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튜어스4로 인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하신 석정현 일러스터를 만나 신제품 인튜어스4와 그의 작업 활동을 들어봅니다. 석정현 일러스터는 새로워진 인튜어스4로 실험적인 기법도 시도해 보고, 연재 만화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Q. 기존에 인튜어스3를 쓰고 계셨는데, 얼마나 쓰셨나요? 이미 손에 익어서 새로운 태블릿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인튜어스3는 처음 나오자마자 썼으니까, 4~5년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기능이 엄청나게 많아졌다거나 눈에 띄지 않던 부분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심플하게, ‘아, 이게 감이 좋다, 아니다’로 판단한다고 할까요. 모호하죠. ^^
Q. 인튜어스4를 처음 사용해보신 느낌은 어땠나요?
- 어떻게 인튜어스4도 출시 되자마자 사용을 하게 됐네요. 그림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모호하게(^^) 표현하자면, 필압 감지 부분이라던지 쓰는 감촉이 확실히 좋아요. 작업을 할 때 뭔가 굉장히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Q. 인튜어스3 사용자시라고 하시니까 더 큰 차이를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인튜어스4에서 새로워진 점은 무엇인가요?
-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순수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나 대학생들, 혹은 수작업을 하다가 컴퓨터 제작 환경으로 넘어올 때 낯설음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직접적으로 신호를 전달해주는 매체가 태블릿이다 보니 도구의 중요성은 매우 크죠. 이전 인튜어스3는 미끌거리는 재질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용 도구로 인튜어스3 태블릿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이질감을 더 느꼈을 수도 있어요. 미끌거리니까요. 아, 그런데 인튜어스4는 아니에요. 써보니까 실제로 붓이나 펜으로 종이에 스치는 느낌, 그 느낌이 납니다. 전통 수작업과의 이질감을 크게 줄인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느낌이기 때문에, 직접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정말 좋아졌으니까요.
Q. 다양한 기능들이 많다지만, 결국 어떤 점이 선생님의 작업에 가장 도움이 되나요?
- ‘느낌’입니다. 화면상에서 포인터가 움직이는 느낌이 아니라 손을 판넬에 대고 움직이는 그 감촉을 말하는 것입니다. 장시간 작업을 하기 때문에 미끌거리는 기존 태블릿은 손에 땀도 나고 불편한 점들이 많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이제는 면장갑을 끼지 않아도 될 만큼 감촉이나 태블릿의 재질이 마음에 듭니다.
- 또한 단축키 얘기를 뺄 수 없는데요. 이전에는 따로 단축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따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태블릿에 장착된 버튼들이 워낙 많아서 커버가 가능합니다. 물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익숙해지기만 하면 이전 버전보다도 확실히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 별것 아니지만 선생님께 특별히 더 편리하게 다가온 기능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저는 작업실에서 작업을 많이 하긴 하지만, 강의에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태블릿의 경우 선과 태블릿이 분리가 안 되니까 둘둘 감아서 가지고 다녔는데요. 인튜어스4는 선과 태블릿이 분리가 되잖아요. 선 따로 태블릿 따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둘둘 감아놓은 것 보다는 좀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 이 점이 나에겐 특별히 다가온 개선입니다.
Q. 태블릿 작업을 하고 계시지만, 수작업을 해 보셨으니까요. 그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가요?
- 정말 지금까지 종종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수작업으로 돌아갈 거라고요. 나는 컴퓨터 작업이 수작업의 흉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컴퓨터 작업이라는 것이 흉내가 아니라 그 또한 하나의 새로운 표현 매체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작업들의 느낌을 흉내내고, 비슷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디지털 환경을 100% 활용해서 새로운 작업세계를 만들면 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이 달라진 부분입니다. 수작업을 하려면 수작업을 해야지 왜 흉내를 내는지, 억지로 흉내를 내서 쫓아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이 환경이 나한테 주어졌으니, 이제 어떤 놀이를, 어떤 작품을 해볼까 고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Q. 좀더 기술적으로 인튜어스4의 매력을 설명해 주신다면?
- ‘직관적이 됐다’는 것. 사용법을 억지로 배우지 않고, 설명서를 굳이 펼쳐 들지 않더라도 기계를 한번 보면 쉽게 알 수 있고, 익힐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단축키가 세팅이 돼 있는데요. 기가 막히게(^^) 잘 해 놓으셨어요. 그림 그리는 전문가들이 별다른 세팅을 하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돼 있습니다. 또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고안됐다는 점. 그것도 매우 편리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기존 태블릿 유저뿐만 아니라 태블릿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도 매우 쉬운 도구라는 얘기인가요?
- 정말 오히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누르는 것도 많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USB를 연결하자마자 LED가 켜지더라고요. 이거보다 어려운 전자제품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에 비하면 태블릿은 아무것도 아니죠.ㅎㅎ
Q. 인튜어스4의 핵심은 향상된 펜 기능 입니다. 실제로 펜의 고기능이 느껴지시나요?
- 펜에 당연히 민감하죠. 이번 제품을 보니까 ‘정밀모드’라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정밀모드로 변환해서 작업을 하면 무시되고 지나가던 픽셀의 표현점을 좀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그래픽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뿐만 아니라 도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기능일 것 같아요.
Q. 작품 활동에 도구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시나요?
- 단적으로, 작업하는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 앞에서 그리다 자다를 수차례 반복합니다. 그리다가 잠들고, 또 깨서 그리고, 또 그대로 잠들고요. 하루종일 폐인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요. 작업 환경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절대적입니다. 특히 하드웨어는 모든 시간을 같이 하기 때문에 저 같은 프리랜서들은 장비에 대한 집착이 강하죠. ^^ 도구가 걸리적거리면 그림이 안 돼요. 그림에만 집중을 해야 하는데, 예전 같은 경우 장갑을 껴보기도 하고, 휴지도 깔아보고, 비닐도 대보고 그랬었는데요. 그런 식으로 도구에서 불편을 느끼면 작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인튜어스4의 경우, 처음에는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테스트를 했는데 ‘어, 이거 괜찮다. 괜찮네.’ 이랬어요.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 느낌을 알 거에요.
Q. 앞으로 인튜어스4를 가지고 작업하게 될 텐데,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지요?
- 앞으로는 단순 일러스트레이션 보다는 만화 작업을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따라서 더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요. 세부적인 기능이나 업그레이드 된 필압 감지 기능도 물론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얼마나 손에 익고 친숙하게 다가오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인튜어스4는 작업하는 사람의 환경을 고려한 조치들이 많이 눈에 띄고, 실제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