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감성 이야기꾼’ - 1세대 웹툰 작가 강풀
<순정만화> <바보> 등 데뷔작부터 히트작까지 와콤 태블릿으로 만화 작업
옥탑방 작업실과 추리닝 차림의 넉넉한 미소. 소박한 강풀 작가의 첫 인상은 우리네 이웃 같았다. ‘디지털’과 같은 최첨단 단어는 그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만화 연출 방식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만화의 새 유통 방식을 이끈 그는 1세대 웹툰 작가다. 인터넷 미디어 시대, 감성적 소재와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웹툰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이제 디지털 시대의 대표 ‘감성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 했다. 강 작가도 만화를 처음 시작할 시절에는 손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은 걷게 된 것은 <강풀닷컴>과 함께 디지털 만화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일쌍다반사> 등 역대 히트작부터 지난해 선보인 <마녀>까지 그의 모든 작품은 디지털 작업과 함께 와콤 태블릿에서 탄생됐다. 그가 와콤 태블릿을 사용하는 데에는 태블릿이 웹툰에 최적화된 작업 환경이기도 하지만, 장편의 서사 만화를 주로 하는 작업 탓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다. 에피소드, 캐릭터 중심의 만화 홍수 속에서 그는 여전히 긴 대사와 줄거리가 중심인 서사 만화를 고수한다. “독자들이 한 편의 만화를 보더라도, 무엇인가 봤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게 강풀 작가의 평소 생각이다. 우리의 보편적 일상,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 공감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한 편의 만화라도 독자들과 길게 호흡하며 만화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노력, 우리가 강풀 만화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부터 와콤 태블릿으로 100% 디지털 작업
강풀이 만화가로 데뷔한 시점은 지난 2002년 개인 홈페이지 <강풀닷컴>을 오픈 하면서부터다. 우리에게 1세대 웹툰작가로 잘 알려진 그지만, 초창기 시절에는 잠시나마 손 그림을 그렸던 때도 있었다. 당시에는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을 스캔한 후, 그라파이어를 활용해 컴퓨터에서 채색 및 편집하는 방식으로 만화를 작업했다.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26년> 등이 그라파이어에서 탄생된 작품이다.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발표한 2007년부터는 100%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강풀 작가는 신티크21UX(Cintiq21UX) 모델을 10년간 사용해 웹툰 작업을 해 오다가, 최근 와콤 신티크24HD(Cintiq24HD) 모델로 업그레이드 했다.
강풀 작가는 “작업 시간, 효율성을 고민하면서 주위 동료 만화가들에게 추천을 받아 처음 신티크 액정 태블릿을 활용하게 됐다”며 “이제 신티크 태블릿이 없으면 작업을 하지 못할 만큼 태블릿은 내게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장편 만화 작업, 웹툰 작가에게 ‘신티크’는 최적의 도구
고급 사양의 태블릿이 반드시 좋은 작품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장편 만화 혹은 웹툰 작가에게 태블릿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특히 강풀 작가의 경우, 주로 장편 만화를 많이 그리기 때문에 작업 시간 단축과 효율적인 작업에 대한 고민은 늘 있을 수 밖에 없다.
강풀 작가는 손 그림 작업에서 펜 태블릿으로 작업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면서부터 작업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게 웹툰 작품 1편당 10장 이상의 스캔 작업이 필요한데 디지털 작업 환경으로 오면서 더 이상 스캔 작업이 필요 없게 됐고, 버전을 저장하거나 편집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훨씬 작업이 용이해졌다는 게 강 작가의 의견이다.
또한 강풀 작가는 신티크 액정 태블릿이 PC모니터를 기반으로 그려야 하는 웹툰 작업에 최적화된 도구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그림 작업을 한 후, 24” 넓은 화면에서 한꺼번에 그림을 비교하며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니터 위에서 바로 작업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보는 스크롤 방식에 적합하게 만화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는 “신티크 위에서 길게 그림을 그려놓고 스크롤을 내려보며 그림, 연출 등의 부분을 바로 확인 및 수정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특히 신티크24HD의 경우에는 넓은 화면과 함께 스탠드를 자세에 맞춰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작업에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놀지 않는 만화가가 되는 것이 ‘최종 꿈’
강풀 작가의 만화 철학은 “독자가 있는 곳에 ‘만화’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만화의 연출 방식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환되며 웹툰이 등장하던 지난 2000년대 초반, <강풀닷컴>을 오픈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처음 만화가를 시작하며 10개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난해 11번째 작품인 <마녀>를 기점으로 첫 목표는 이루게 됐다.
그는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만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 마지막으로 만화가를 꿈꾸는 많은 지망생들에게 ‘100번의 습작'보다는 '한 번의 실전 작품'을 만드는 게 낫다는 조언도 함께 전했다. 세상으로 나오지 않는 소모적인 작업보다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작품이 만화가를 성장시킨다는 게 강 작가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