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모델이 되고 싶다” 고인돌 스튜디오 주재범 감독
2009년, 주재범 감독은 같은 시기에 졸업을 앞둔 다른 대학 친한 형 김성대 감독과 공동 연출을 하기로 했다. 둘은 사랑 이야기를 하기로 했고, 그 맘 때 보았던 ‘이터널 선샤인’이 두 남자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오수진 작가가 작업에 합류, 현실 속에 환상이 가미된 동화 같은 이야기, ‘절연주의 사항’을 만들었다.
주 감독과 김 감독이 졸업영화로 마련한 ‘절연주의 사항’은 단순히 졸업 통과 의례를 넘어서 2010년 서울애니메이션페스티벌 본선 진출 작에 선정, 단숨에 감독이 됐다. ‘절연주의 사항’은 질긴 인연을 끊기 위해 노력해 온 남녀가 영원한 이별을 위해 해변에서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들은 파도에 밀려온 묘령의 도구 ‘절연체’를 갖게 되고, 영원한 이별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주 감독은 몇 년의 타 스튜디오 활동 후 ‘절연주의 사항’ 공동 감독이었던 김성대 감독이 소속되어 있었던 고인돌 스튜디오에 합류, 지금까지 애니메이션과 영상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 중이다.
주 감독이 소속된 고인돌 스튜디오는 세종대학교 학생 주축으로 만들어진 창작 집단으로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세종대 친구들은 ‘고인돌’이라는 호프집에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평생 좋은 작업을 하고, 기량을 쌓을 수 있는 터전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이들은 ‘남자이야기’ 프로젝트를 하며 스튜디오 고인돌을 본격 결성, 3~4년 전부터 정식 회사로 거듭난다.
이후 스튜디오 고인돌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 유망 예술 창작 집단에게 후원하는 스튜디오 입주 권을 받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 후로 '고마워요'(2003), '숏에이지'(2006), 'camera'(2007), 'Christmas in taxi'(2007)등 꾸준한 창작애니메이션 작업을 수행해 왔다. 그 외에도 외주작업 등을 통해 보다 탄탄한 작업능력과 경험을 마련해 차세대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와콤 태블릿, 비교 대상이 없는 절대적인 존재
그는
대학 때부터 와콤 태블릿을 사용했다. 지금은 ‘그라파이어2’를 사용 중이다. ‘인튜어스4’도 소장하고 있으나, 주 감독 손에 잘 길들여진 도구여서 ‘그라파이어2’를 주로 사용한단다. “태블릿을 알게 된 순간 와콤이었고, 와콤 외에 다른 제품이 있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크리넥스가
티슈를 지칭하는 것처럼, 저에게는
와콤은 태블릿 그 자체였죠.”
주 감독은 태블릿을 사용
안 하는 부분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작품 제작 시 태블릿 의존도가 높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부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의사 전달력은 거의 태블릿으로 소화 중이다. 주 감독은 와콤 태블릿의 가장 큰 장점으로 뛰어난 그립 감을
꼽았다. 그립 감이란
도구를 쥐는 느낌을 뜻한다. 장시간
도구를 쥐고 사용할 때 손을 감싸는 느낌이 좋고 편하게 잡을 수 있다면 그립감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주 감독은 너무 좋은 데 비교 대상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주 감독은 현재 10여 명의 감독과 함께 ‘60초 애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목도 나왔다. 음악 장르인 스카와 에일리언의 합성어인 ‘스켈리언’이다. 외계인 밴드 이야기로, 홍대 인기 밴드 리더인 킹스턴 루디스카 밴드의 최철욱 씨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주 감독은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하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밴드 슈가도넛 멤버 애쉬의 뮤직비디오 영상 작업도 했고, 졸업작품인 ‘절연주의 사항’에서는 노브레인 멤버 황현석 씨가 음악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주 감독에게 개인 작품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팀(고인돌 스튜디오)라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팀원,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면 자연히 개인도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거다. 회사의
형태로 성장하며 월급을 받는 스튜디오가 되면 예기치 않은 외부 요청 작업들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이
시간은 주 감독에게는 배우는 시간으로 생각된단다. 큰 회사의 작업 시스템, 커뮤니케이션들을 배우니 얼마나 좋은 시간이냐며 수줍게 웃었다.
“물론 제 작품도 중요하지만 팀이 우선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지금도 고인돌 스튜디오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분명한 색깔을
가진 곳, 많은 사람들이 아는 곳으로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롤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곳의 주재범 감독이 되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