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도 와닿게 만들려면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줄까?' 이 고민이야말로 모든 창작자가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입니다. 나의 창작물이 대중들 앞에 내보이기 직전만큼 창작자들이 가슴 떨려 할 순간도 없으니까요.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스타툰을 연재한지 벌써 1년이 넘었고, 100여 편이 넘는 회차를 손수 그려왔지만, 게시물을 올리는 순간만은 여전히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줄까요? 저는 1년간 직접 여러 소재의 만화를 그리며 몸소 그 해답을 찾아갔습니다.
초창기 나의 하찮고 초라했던 만화들
처음 인스타툰을 시작할 때, 저는 제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에세이툰을 그렸습니다. 내향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겪은 경험들과 사회 초년생 시절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요. 그땐 팔로워도 거의 없었고 반응도 미비했지만,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소수의 독자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성실히 연재를 이어 나갔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기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한 편 한 편 올릴 때마다 좋아요 수에 집착하고 늘어나지 않는 팔로워 수에 스트레스 받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내가 재미있어서 그린 에피소드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회차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그 회차를 외면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다 진정성이 있고 훌륭한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그때의 서툴렀던 저는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조회 수 터진 나의 만화들
그렇게 지지부진한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새 저는 제 결혼 준비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결혼 준비에 관심이 많은 2030 독자들이 제 만화에 주목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들은 제 이야기에 공감하며 저마다의 사연이나 생각들을 댓글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또는 생각나는 누군가를 제 만화에 태그 하기도 했지요. 처음 받아보는 뜨거운 반응에 놀란 한편, 저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푸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많은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소재를 빌어 내 이야기를 맛깔 나게 살려야 모두가 공감한다는 것을요. 이후 뉴질랜드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그렸을 땐 다시 반응이 시들해졌고, 신혼 일상 이야기를 그리자 다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뉴질랜드라는 특이한 여행지에서 오는 낯선 소재 때문에 반응이 저조했던 한편, 모든 신혼부부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 때문에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이지요. 이로써 저는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소재가 가지는 힘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걸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는 공통의 감정으로 번역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쳐두고 대중들이 관심 있을 소재로만 만화를 그려야 하나요?'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를 직업으로 먹고 살아야 하기에 대중들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이 원하는 소재만 쫓는다면, 막상 그 창작물은 창작자의 의도나 철학,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빠진 영혼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니 창작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되,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본인이 느꼈던 감정을 모든 사람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로 녹여내 보세요. 그러면 당신의 이야기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더 나아가 사랑받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당신의 이야기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세요. 아직 내 이야기를 잘 가공하는 게 서툰 것뿐이니까요.
작가 소개 및 포트폴리오 링크
지예
대기업 웹툰제작사 6년 차에 내 작품이 하고 싶다는 이유로 뛰쳐나온 노답 인생.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고 표현하는 게 서툴렀던 대신, 자신의 만화를 통해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이 꿈이었다. 웹툰사에 재직하는 동안 그 꿈을 잠시 미뤄왔었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그렇게 부푼 꿈만 안은 백수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아. 지금이 더 행복하니까.
신혼에세이툰 《겁쟁이의 애쓰는 나날들》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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