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으로 세계를 잇다, ‘순천에서 피어난 4인의 창작 스토리’(2)
순천 글로벌 웹툰센터에서 진행된 ‘한-불 글로벌 웹툰 아카데미’는 글로벌 창작자들이 ‘순천’에 모여 한국의 웹툰 제작 방식과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고 습득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죠. 앞서 소개해드린 디안 랑빌PD에 이어 오늘은 또 다른 참가자, 루이즈 로드리게즈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프랑스 앙굴렘 웹툰 아카데미의 우수 수료생인 루이즈 작가는 약 10주간 순천에 머물며 한국의 웹툰 제작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디지털 기반의 작업 환경과 새로운 연출 기법을 익혔는데요. 낯선 환경 속에서도 열린 자세로 창작에 임한 루이즈 작가가 바라본 한국 웹툰의 매력과 순천에서의 창작 여정을 함께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열정을 가진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루이즈 로드리게즈입니다. 웹툰이라는 매체는 비교적 최근에 접하게 됐지만, 매우 흥미롭다고 느꼈어요. 저에게 웹툰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완벽한 조합처럼 다가왔습니다.
Q. 작가님의 드로잉 스타일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한국 웹툰 드로잉 및 제작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 문화에 깊이 빠져 있었어요. 원피스, 블리치 같은 작품을 따라 그리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이 스타일의 드로잉을 즐기며 성장했죠. 학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으며 한동안 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늘 그 시절의 드로잉 스타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마지막으로 수강했던 스토리보드와 애니메이션 레이아웃에 중심 수업에서 한국 케나즈(KENAZ) 스튜디오의 작가분들과 웹툰과 아카데미에 대해 짧게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배우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프랑스 외의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저에게, 이 프로그램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도전이었어요.
Q. 한국 작가들에게 직접 드로잉을 배우며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그리고 그것이 어떤 점에서 성장에 도움이 되었나요?
무엇보다도 한국의 체계적이고 엄격한 작업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웹툰이 이미 20년 이상 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창작 방식이 더 정교하고 전문화돼 있었어요. 한국 작가님들도 웹툰 창작 과정을 훨씬 잘 이해하고 계셨고요.
문화적으로 프랑스와 한국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 작가님들의 지도 아래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분명히 성장했다는 것을 느껴요.
이번 아카데미는 예술적 기술 뿐만 아니라 문학적 이해,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 측면에서도 매우 유익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Q. 낯선 환경인 ‘대한민국 순천’에서 약 10주 간 체류하며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웹툰 교육을 비롯해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적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단순히 작업 환경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새로운 문화에 맞춰가는 일이었어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대와 열정이 더 컸습니다. 특히 체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진정으로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한국식 웹툰 제작 방식을 경험한 외국 작가로서, 다른 나라 작가 지망생들이 이 방식을 배우는 것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요?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저는 늘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웹툰 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창작 업계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단순한 재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때로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것! (물론, 제가 너무 일본 ‘소년 만화(Shonen)’에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하)
Q. 작가님의 작업 장비, 책상 환경, 작업 루틴 등 작업 환경을 소개해 주세요.
사무실에서는 다수의 모니터를 항상 사용합니다. 많을수록 좋아요! 저는 여러 작업 창을 동시에 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좀 무섭게 보일수도 있지만 가끔은 한 모니터에 2~3개 창을 나눠 띄우기도 해요.
프랑스 웹툰 아카데미에서는 최신 와콤 신티크 프로 22와 신티크 프로 27을 사용했는데, 계속 생각날만큼 매우 편했던 장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액정 타블렛 와콤 신티크 모델을 사용했어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널리 쓰이는 장비라 개인적으로 매우 익숙했고요. 무엇보다 색 표현력이 매우 정확해서, 저처럼 시각적 디테일에 민감한 작업을 하는 창작자에게는 정말 중요한 장비랍니다.
Q. 좋아하는 한국 작가 또는 인상 깊게 본 스튜디오의 웹툰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저는 박태준 작가님과 김정현 작가님의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싸움독학(Viral Hit/Self Study of Fighting)』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사실 웹툰 작가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이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점점 더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어요.
저는 특히 ‘만화’(manhwa) 스타일이 매우 좋아해요. 일본식 만화보다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서 저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 향후 웹툰 작가로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웹툰에 입문하기 전부터 저는 이미 개인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몇 가지 목표를 세워뒀는데요. 가장 최종적인 목표는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기반의 영화 및 드라마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것이에요. 최근 1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떠올랐고, 이를 웹툰 형식으로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젊고 경험이 많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준비가 충분히 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개념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 모두에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선호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이번 웹툰 아카데미를 통해 프랑스 웹툰 산업에서 수요가 높은 역량을 갖출 수 있었고, 앞으로는 스튜디오에 소속돼 다른 작가들과 협업하며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 작품을 보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이야기와 모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한국 웹툰 제작 방식을 깊이 경험한 루이즈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글로벌 창작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고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나가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순천 글로벌 웹툰센터의 ‘한-불 글로벌 웹툰 아카데미’는 이러한 창작자들에게 특별한 배움의 장이 되었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아카데미 참가자의 이야기를 통해, 순천에서 피어난 또 하나의 글로벌 웹툰 여정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K-웹툰으로 세계를 잇다’ 시리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