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com everywhere] 건축은 딱딱하다?
순정만화의 감성으로 설계를 하는 건축가 차승연
그림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만화가,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 여러분들은 이 두 직업에서 '접점'을 떠올리실 수 있나요? 두 직업 모두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이질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요. 여기 마치 한 폭의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건축 도면이 있습니다. ‘망원동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차승연 건축가이자 '차승차박' 필명으로 활동하는 차승연 작가의 설계 도면이 그 주인공인데요. 그는 10년 넘게 건축가로 활동하다 “만화처럼 건축을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도시와 건축, 공간에 대한 일상을 주제로 웹툰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작가로도 데뷔했습니다. 와콤 타블렛의 필압과 자연스러운 드로잉 느낌 덕택에 완성된 그의 설계 도면은 마치 순정만화 같은 감성이 녹아 있어 산업 현장에서도, 그의 작품을 연재하는 채널에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건축가가 그리는 웹툰 작품, 또 작가가 그리는 설계 도면은 어떤 감성일까요? 차승연 건축가가 와콤과의 인연, 현장 이야기, 그간의 작업스토리 모두를 들려주었습니다.
‘Wacom everywhere’의 여덟 번째 주인공, 차승연 건축가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건축가이자 만화가 차승연입니다. 건축가로서는 망원동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습니다. 만화가로서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 웹툰 ‘어디사세요’, 만화경 단편 ‘아파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EBS 수학만화 ‘수학소년 루민’을 연재했습니다. 최근에는 부산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차승차박’ 이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고, 틈틈이 인스타그램에 만화와 일러스트 작업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건축가 차승연이 채워보는 문장, “나는 15년간 와콤을 사용했다.“
햇수로는 벌써 15년이라는 인연이 흘렀네요. 처음 마주했던 와콤 기기는 지금은 단종된 추억의 인튜어스 3이었는데요. 생각해보니 2008년 신입사원 때부터 와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회사였던 ‘이로재’라는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에 대한 애정으로 숱한 야근을 견뎌 냈었는데요. 신입사원으로 밤에 사무실에 남아 단순노동에 가까운 따분한 도면을 그리는 동안의 헛헛함을 달래 준 좋은 친구가 바로 와콤 타블렛이었답니다.
내 그림을 완성하는 와콤 신티크 22
와콤 펜 타블렛 인튜어스 3를 10여 년간 사용하다가 19년도쯤에 액정 타블렛인 와콤 신티크 22로 변경했습니다. 당시 팬데믹으로 화상 강의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았어야 했는데요. 대대적으로 노트북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보니 해당 버전이 인튜어스3을 지원하지 않아 기기 변경이 필요했어요. 약간 짠돌이 와콤 유저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하하) 하지만 저의 사례가 와콤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예가 되지 않을까요?
건축설계 작업에 와콤 타블렛을 쓸 수 있다는 게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떤 계기로 타블렛으로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
건축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각도와 스냅이 딱딱 맞아떨어져 결과물도 세련된 편이에요. 그렇지만 감성이 없고 드라이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에 반해, 와콤을 사용한 작업물은 유저의 필압에 따라 선의 두께가 달라지는 등 균일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건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작업에 익숙했던 저는 타블렛을 처음 사용할 때 제멋대로인 망아지를 조련하는 기분이었어요. 사실 지금도 미숙한 편이라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결과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오지만, 타블렛으로 그린 감성이 추가된 도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곤 해요.
건축가와 웹툰은 이과와 문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흥미로운 조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건축을 좋아해 지금껏 일을 해오고 있지만, 격식이 중요한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건축계의 분위기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하는 얘기들도 참 어렵고 철학적이지요. 하지만 만화는 장벽이 없습니다. 별별 이야기들이 많은데도 쉽게 읽히고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건축도 만화처럼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건축가들이 화장실에 앉아 읽는 책도 결국은 만화책일 테니까요. (하하)
비전공자로서의 네이버 웹툰에 작품을 연재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 그 여정이 궁금해요.
야간자율학습이 없어 학교가 일찍 끝나는 모의고사 날, 혼자 만화방에 가서 새벽까지 만화를 보고 집에 오는 것이 고등학교 시절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본 게 많으니 쉽게 그릴 수 있을 거야’라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60컷에 달하는 정식 웹툰을 그리는 건 녹록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저의 주 활동 장소인 홍대 주변에는 웹툰 학원이 많습니다. 30대 후반에 고등학교 입시 학원에 다녀도 되나 싶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더할 나위 없는 지름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학원에서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고 난 후 훨씬 수월하게 만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건축 설계 작업에서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와콤 타블렛을 사용한 작업물들은 건축가들이 보통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 잘 구현할 수 없는 감성이 표현돼요. 그래서 건축 현상에 참여할 때마다 협업하는 건축사무소 소장님들께서 항상 제 그림을 사용하고 싶어 하신답니다. 현재 현장 감리하고 있는 ‘남해창생플랫폼’도 와콤으로 그린 스케치를 쏠쏠하게 잘 활용해 현상 당선까지 한 프로젝트입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데 남해의 인상적인 장소가 될 법한 건축물이니 한 번쯤 꼭 방문해 주세요!
참, 한 가지 조심하셔야 할 것이 있는데요. 보수적인 건축 심사위원들은 감성적인 도면보다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그려진 도면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균형을 잘 잡아 도면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축가로서, 웹툰 작가로서 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웹툰과 일러스트가 디지털 기반의 작업이다 보니 완결된 형태의 출판물 발간에 대한 로망이 큰 편입니다. 내년 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는 취미로 작업한 그림들의 독립 출판 혹은, 건축가가 바라본 도시에 대한 단상들을 만화로 그려 출판 지원사업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물론, 건축가로서 건축사사무소가 잘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요!
40주년을 맞이한 와콤에게 전하는 메시지
펜 타블렛에서 액정 타블렛인 신티크로 기기를 변경하면서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고,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능숙해졌습니다. 취미로만 끝날 줄 알았던 만화가 어느새 투잡의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에는 와콤의 힘이 큽니다. 와콤 40주년이면 마치 운명인 것처럼 저랑 동갑인데요. 80살에도 여전히 힘이 되는 좋은 친구로 남아 주겠지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친구야!
*’Wacom everywhere’는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본인만의 와콤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Wacom everywhere 지원하기를 통해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