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com everywhere] “영화에서 얻는 영감, 컨셉 아트로 표현하죠” 컨셉 아티스트 추유진
‘마블 시리즈’에 열광하는 팬들 참 많죠. 아이언맨, 헐크, 캡틴아메리카 등 각 캐릭터가 선사하는 세계관, 화려한 액션, 다채로운 영상미 모두 우리가 마블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블 시리즈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작품은 과연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한 분들 많을 텐데요. 오늘 Wacom Everywhere의 주인공 추유진님은 <토르: 러브 앤 썬더> <미즈 마블> <더 마블스> 등 마블 시리즈 작품 컨셉 아티스트로 참여하며, 현재 미국에서 영화, 게임, 책 등 다방면에서 컨셉 아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에서 활약하는 컨셉 아티스트 추유진님의 이야기, 함께 만나 보시죠.
‘Wacom everywhere’의 열일곱 번째 주인공 추유진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서 영화와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컨셉 아티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추유진입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더 마블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미즈 마블’ 등의 컨셉 아트에 참여했고, 현재는 미국 게임사 ‘Tripwire interactive’의 ‘Killing floor’시리즈에 참여 중입니다. 또한 저의 앱 게임 ‘아이러브매직’을 제작 중입니다.
아티스트 추유진과 와콤의 첫 만남은?
약 15년 전부터, 제가 만 18살 때부터 와콤을 사용해 왔습니다. 친구가 와콤의 그라파이어 모델을 소개해 줘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수채화나 포스터 칼라로만 작업을 하던 저에게 와콤 타블렛은 신세계였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 그때부터 지금까지 와콤의 펜 타블렛만 사용했던지라 액정 타블렛에 익숙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이번 기회에 사용해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수채화나 펜, 연필 등으로 작업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들이 액정 타블렛으로 잘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앞으로 액정 타블렛을 많이 사용하게 될 것 같아요!
추유진의 와콤 원픽은 000다
“나는 현재 와콤 ‘신티크 프로 17’ 모델을 ‘아이디어 끄집어내기’에 사용하고 있다.”
와콤 신티크 프로 17은 액정 타블렛이다보니, 펜 타블렛보다 손맛(?)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아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작업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드로잉 시 테크니컬한 부분은 펜 타블렛으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잡아내는 작업(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계)을 할 때는 액정 타블렛으로 한다면 아주 좋은 작업 기기가 될 것 같아요.
컨셉 아트란?
컨셉 아트는 보통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같은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며, 상업 예술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컨셉 아티스트는 캐릭터부터 건축, 환경 등 전반적으로 보이는 모든 부분들의 디자인을 만들고 프로젝트의 시각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책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레이션, 삽화를 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컨셉 아티스트가 된 이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초등학생 때부터는 게임하는 것도 좋아해 게임 캐릭터와 팬아트도 많이 그렸었습니다. 이후 미술 학원을 다니며 애니메이션학과를 준비했고, 호서전문대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했는데요. 컨셉 아티스트가 될지 혹은 파인 아티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가 될지 진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 과감히 게임 컨셉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정을 내린 후, ‘네오위즈’라는 회사에 근무하게 되면서 컨셉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답니다.
내가 ‘영감’을 얻는 방법은?
어렸을 때 봤던 ‘은하철도 999’, ‘에반게리온’, ‘에스카플로네’는 물론 크고 나서 본 ‘디스트릭트 9’이나 ‘블레이드 러너’에서 제일 많은 영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들을 보고 ‘80~90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실제 할리우드 스타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또 Sci-Fi 로맨스물을 만들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현재 ‘로맨티-메크’ 라는 시리즈를 작업 중에 있는데요. ‘카사블랑카’와 같은 고전 로맨스물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랍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더 마블스’ 등 마블 작품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토르: 러브 앤 썬더’라는 작품을 통해 아트디렉터스 길드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트디렉터스 길드는 영화계의 미술감독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할리우드 영화 쪽으로 작업하기 위해서는 이 조합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합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에요. 가장 먼저 감독님이나 프로덕션 디자이너분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또 조합의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블 같이 큰 영화 한 편당 한 명 정도 들어갈 수 있고요.
처음 작업을 시작하고 3개월 동안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잘리지 않고) 계속 업무를 할 수 있어서 그 기간동안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으며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작업을 한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답니다. 다행히 조합원 과정에 통과해 노동조합소속이 되었고, 이후 다른 영화들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타이카 감독님과 일하는 것, 배우분들을 보는 것도 아주 멋진 일이었지만, 저는 컨셉 아티스트이다 보니 나이젤 펠프스라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분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참고로 나이젤 펠프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미이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 수많은 세계적인 작품에 참여하신 베테랑 디자이너랍니다. 또한, 예전부터 제가 팬이었던 많은 베테랑 컨셉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더 마블스’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드로잉을 받아 컨셉 아트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캡틴 마블이 모니카 램보를 부축하는 씬에서 제가 디자이너님의 드로잉을 캡틴 마블이 모니카 램보를 어부바 해주는 걸로 착각해 캡틴 마블이 모니카 램보를 업고 여러 장소를 다니는 장면을 그렸다가 그 작업물이 팀 내부에서 아주 즐거운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어요. (하하) 작업 과정은 다양한데요. 특히 새로운 장소에 대한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 드로잉을 하며 아이디어를 펼쳐 나간 다음 3D 테크닉, 포토배쉬 테크닉 등의 여러 기술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제 아트스테이션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 방문하시면 구체적인 과정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완성된 컨셉 아트는 어디에 쓰이나?
컨셉 아트는 영화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원하는 비주얼 및 디자인을 최대한 끌어낸 것이기 때문에 VFX, 3D, 세트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혹은 3D로 구현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활용되고 있습니다. 스크립트와 마찬가지로 아주 중요한 pre-production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은?
아무래도 제가 만든 IP가 제일 애착이 가요. 현재 제작 중인 두 개의 IP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요. 영화와 책으로 만들려 하는 IP, ‘로맨티메크’ 시리즈는 어두우면서도 사이버 펑크적이고 리얼한 스타일이며, 현재 앱 게임으로 만들고 있는 IP ‘아이러브매직’ 같은 경우에는 아주 귀여운, 힐링물처럼 만들고 있는 캐주얼한 스타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두 개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들입니다.
게임 아트, 영화 컨셉 디자인, 일러스트 차이점은?
게임 아트와 영화 컨셉 아트, 일러스트 작업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게임 아트는 모든 게 다 3D로 구현이 되어야 하는 부분들도 있고, 또 더 테크니컬 한 부분, 레벨 디자인의 요소에 구애가 받는 것도 있어 그런 점이 영화 아트와는 다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아트에서는 영화 장르마다 다르지만, 대개 촬영하는 세트장이나 장소가 정해진 경우도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디자인을 바꿔줘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게임보다 크기에 더 민감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냥 예쁜 디자인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적절한 사이즈인지 혹은 적합한 디자인인지에 대해 게임보다 더 예민하게 작업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작업별 특수점을 제외하고 보면, 영화와 게임의 컨셉 아트는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해 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감독님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게임에서는 아트 디렉터의 취향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성향인지 사전 공부를 한 후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이해하고 제작한 작업과 그렇지 못했을 때 만든 작업의 퀄리티와 만족도는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싶은 지원자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코로나 이후로는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현지 회사와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올 당시만 해도 현지에서 일을 시작하기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한국에서 해외 일을 하시는 분들도 아주 많아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만 공부한 후, 작업물들을 공개해 온라인으로 컨택할 기회를 만드신다면 한국에서도 쉽게 해외 기업과 일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목표는?
앞으로는 제가 만들고 있는 IP에 더 집중하고, 또 제가 진짜 원하고 그리고 싶은 작업이 무엇인지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그림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제 그림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 철학, 인문학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고자 합니다. 상업예술 카테고리에 있는 컨셉 아트 뿐만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그리는 파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40주년을 맞이한 와콤에게 전하는 메시지
우선 와콤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나 된 줄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40주년을 맞이한 와콤, 너무 축하드리고 앞으로의 40년도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너무 궁금합니다. 처음 와콤이 나왔을 때 엄청난 혁신이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전에도 컨셉 아트는 있었지만, 디지털이 아닌 실제 물감으로 그렸던 시대였으니까요.
와콤 제품들은 저희 같은 아티스트들에게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도구 중 하나죠. 와콤 덕분에 저 또한 컨셉 아티스트라는 직업으로 더욱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그림 그리는 기간의 대부분을 함께 해온 와콤 타블렛과 함께 협업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즐겁습니다! 와콤, 항상 화이팅이고 아티스트를 위한 멋진 제품을 만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추유진 작가님의 스케치 작업과정이 궁금하다면 와콤 유튜브에서 확인해보세요.
*’Wacom everywhere’는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본인만의 와콤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Wacom everywhere 지원하기를 통해 연락주세요.